2023년 10월 채널코퍼레이션을 시작으로 나의 DevOps Engineer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많은 회사에 지원하며 채널코퍼레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싶다"는 나의 꿈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면접때 얘기하진 않지만, 초등학생 때 게임 서버 개발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의도한 대로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은 내게 엄청난 호기심을 자극하며 동시에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때부터 개발자라는 장래희망을 정하고 언젠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이러한 꿈에 가장 가까운 회사였고 운 좋게도 합류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신입 시절의 나는 DevOps Engineer라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이 왜 이렇게 작성되었고, 왜 해당 아키텍처로 설계되었으며, 왜 해당 기술을 사용했는지 모두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곧 좋은 엔지니어라고 믿었다.
취미 생활의 개발부터 대학생이라는 전공자로서 개발은 항상 주도적으로 행했고 모르는게 있다면 이해하고 해소될때 까지 파고들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과 '취미=직업' 이라는 엄청난 장점은 누구보다 빠르게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자 원동력이었고 이를 통해 청소년때는 각종 대회 입상을, 대학생때는 높은 전공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점은 커리어를 시작하고 내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나는 경제적 이유로 사회 경력에 단절이 생기면 안된다. 그런데 개발 회사들은 흔히 온보딩 기간이 있고, 이 기간동안 회사와 신규 취업자는 서로를 경험하고 상호 평가와 판단하게 된다.
모든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은 엄청났다. 그러다 보니 온보딩 기간동안 총 세 번을 DevOps 리드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고, 결국 퇴사했다. 그 당시 DevOps 리드께서도 내게 "원래 그렇다. 하다 보면 알게 되고, 이는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똑같다. 유진이 알고 싶은것, 하고 싶은 것은 결국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것들이다. 많이 힘들다면 한 달 휴직 후 돌아오시라."고 말씀주셨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정확한 말씀은 기억나지 않지만) 중간 평가 때의 "지금으로도 괜찮다."는 팀원과 리드의 말씀이 나는 빈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한다.
- 유진은 나의 당시 닉네임이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나는 정말 "신입"이었다. DevOps Engineer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고민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채널코퍼레이션에서의 경험은 내게 뼈아픈 실패로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들었던 "하다 보면 알게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을 퇴사하고 얼마 후 대학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 합류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해당 회사는 DevOps Engineer가 없었고, 내가 처음이라 뭐든 한다면 처음부터 구성할 수 있었다.
팀원과 커뮤니케이션, 니즈 파악, 인프라 설계 등. 채널코퍼레이션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일" 이라는 것을 하나 하나 이해하고 또 배울 수 있었다. 처음부터 만들어보니 비로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DevOps Engineer의 역할은 단순히 인프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서비스의 흐름을 이해하며,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가 정체되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발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그러던 중 다른 회사에서 면접/이직 제안을 받게 되었고, 세 번째 회사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재밌게도 세 번째 회사는 제안을 받은 회사가 아니다.
지금의 회사는 나의 DevOps 철학을 문화로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3년차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직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더 길러야한다. 기존에는 "급진파" 성향의 DevOps Engineer 였다면, 지금은 "온건파"의 성향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었다.
채널코퍼레이션, 대학 선배 회사, 그리고 현재의 회사까지 나는 항상 이상적인 기술을 좇았다. 레거시는 제거해야 할 악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더 좋은 시스템으로 바꿀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여러 팀과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좋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선택이었다. 비용과 기술 부채, 서비스의 규모,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결국 DevOps는 도구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개발, 배포, 운영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피드백을 순환시킬 수 있도록 돕는 문화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플랫폼을 만들고,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DevOps Engineer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레거시는 없지만 나쁜 습관은 있는 것 같다. 좋은 시스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이고, 시스템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문화라는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DevOps는 애플리케이션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개발, 배포, 운영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철학이다. 누군가는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를 경험하며 내 것으로 체화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이 없는것 같다.
간혹 채널코퍼레이션을 퇴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도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경험은 내게 엄청난 양분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 간혹 이직할 때 채널코퍼레이션에 재입사는 왜 안해봤냐는 질문을 받는데, 재입사는,, 내가 하고 싶다 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사실 조금은 실패라는 경험으로부터 오는 두려움도 조금은 있고,, 글쎄...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과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3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은 결국 사람과 문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직도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또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의 4년차, 5년차의 나는 더 좋은 기술보다 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지금의 글을 다시 읽으면 또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지금의 나는, 3년 전의 나보다 엔지니어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나 조금은 더 성장한 것 같다.
